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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Judgement2009.02.01 12:35

대법원, 어떤 국민을 섬기겠다는 건가

[김창룡의 미디어창] 서울 변협 법관 평가, 불쾌하다는 대법원

2009년 01월 31일 (토) 11:48:15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 cykim2002@yahoo.co.kr)

 

법치사회의 최후 보루는 법관들이다. 권력이 ‘법치’ 를 내세우면 자칫 법만능주의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법은 강자의 지배도구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있던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사 등 틈이 날 때마다 ‘국민을 섬기는 법관, 법원’을 강조했다.

그 이후 법원과 법관들은 얼마나 변했나. 이 대법원장은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 자신이 내세운 ‘화이트칼라 범죄 척결’과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개혁의 속도와 정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때 섬김의 대상이라고 추어줬던 일반 시민이 느끼기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재벌과 정치인 등 사회적 강자들은 여전히 집행유예, 기소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 특혜를 누리고 있고 미네르바와 같은 힘없는 약자들은 ‘주거지가 분명하고 도주우려의 염려가 없어도’ 애매모호한 ‘사안의 중대성’을 내세워 긴급체포, 구속 등 무시무시한 법의 강제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09년 처음으로 실시한 법관 평가에 대해 대법원은 ‘불쾌한 반응’이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서울변호사회는 법원행정처장을 면담하고 전달하려했으나 면담을 거부당해 민원실에 접수시키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경향신문(1월30일자)은 그 이유를 대법원 관계자를 인터뷰하여 이렇게 전했다.

“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법원 자체적으로 시민사법모니터 요원제도 등을 통해 지속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대법원은 평가결과를 인사에도 반영하지 않겠다.”

   
  ▲ 경향신문 1월30일자 12면.  
 
이것이 대법원의 반응이라면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법원장의 취임사는 헛구호로 그칠 전망이다. 법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민 사법모니터 요원의 역할이란 것은 크게  기대할만한하지 못하다. 자체적으로 사전에 재판과정을 녹화한다고 고지한 후 녹화후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하지않은 것보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평소 어떤 모습으로 재판을 하는지 판사의 태도와 말투, 진행방식 등을 무작위로 사전예고 없이 비밀리에 촬영하여 내부적으로 분석, 평가해야 보다 진솔한 평가와 개선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시민 사법모니터 요원들이 법원장이나 법관들 앞에서 진솔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무난하다’는 식의 어중간한 코멘트의 만발로 이어져 이런 자화자찬식 모임을 왜 해야하는지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비판적이고 솔직한 말은 혼자 괜히 ‘튀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 불편하기까지 한 적이 있다.

평가란 것은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다. 더구나 남을 평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일시적으로나마 평가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내부적 자료’에 그친다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내세웠다면 법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 자체적으로 한계를 보인다면 외부의 평가를 통해서라도 과감한 변화와 개선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사법서비스를 통해 법치사회를 구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의 평가에 대해 ‘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변호사라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법정 현장에서 가장 실감나는 체험을 하면서 ‘모니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평가자들일 수 있다. 그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변호사들은 법관 평가 설문조사에서 “재판 한두 번 해봅니까. 재판 처음 해봐요? (사법)연수원에서 그렇게 배웠습니까”, “변호사 몇 년이나 했는데 그것도 모르냐” 등의 모욕적인 말과 고압적인 협박성 발언, 반말 등을 재판 과정에서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장인 모 부장판사가 “신문사항 30개를 고른 뒤 무조건 10분 안에 끝내라. 시간을 초과하면 질문을 못하게 하겠다”며 배석 판사에게 초 단위로 시간을 재라고 지시하는 등 변호인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 대법원 ⓒ노컷뉴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런 법관들로부터 재판을 받는 일반시민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법조 3륜이라는 변호사들에게조차 이런 모욕적인 말, 협박성 발언을 하는데 법정에 선 약자에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섬긴다’는 말은 듣고싶지도 않으니 ‘인간적 자괴감’ ‘인간적 모욕감, 상실감’이나 느끼지않도록 해달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복입고 높은 단 위에 고매하게 앉은 법관이 어찌 법관의 일거수 일투족에 가슴을 펄럭이는 약자의 심정을 이해하겠는가. 굳이 그런 것까지 이해해달라고 요구하지않는다. 정당한 평가, 도움이 될만한 가치있는 자료조차 거부하겠다는 자세는 또 무언가.

이명박 정부시대에 사법부도 이미 정치집단의 도구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약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 수단은커녕 강자를 위한 봉사기관으로 ‘정치판결’ ‘정치판사’ 용어가 새롭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큰소리치던 대법원장의 호기롭던 모습은 사라졌고 법과 검찰, 법관을 원망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서울변호사회가 의도적으로 법관들의 행태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다. ‘우수법관’과 ‘문제법관’을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며 평가하여 내부자료로 전달하는 것은 고마워할 일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들이 평가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법원은 보다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이용훈 대법원장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최초입력 : 2009-01-31 11:48:15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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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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